26/10/03
여름이 끝나기 만을 기다린 드디어 나고야.
예전부터 일본 북알프스를 가보고 싶었는데 의기투합 동생들과 함께 예약해 둔 그 나고야.
인천공항의 혼잡함과 강변북로 / 올림픽대로의 스트레스를 벗어나고자 청주공항에서 출발했다.
예상대로 공항 도착과 출국 수속은 순탄했고 시작은 좋았다.
일본가면 렌트카로 시골여행 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번 여행은 등산이 목적이고 시간은 부족하여 나고야 공항에 저녁 8시에 도착해서 바로 산이 있는 시골로 이동.
일본의 중앙 고속도로는 한국의 중앙 고속도로 처럼 화물차가 매우 많았고,
쏟아지는 비와 시골로 갈수록 좁아지는길에 반대편 차들의 상향등으로 시작부터 피곤한 운전과 여행.
밤 11시에 숙소에 도착해서 겨우 잠을 자고 아침에 바로 들머리로 출발했다.
일본 도착과 동시에 순탄했던 출국이 하나씩 지워지고 있었다.
출발전 숙소 앞에서 촬영한 중형필름컷.
이번 여행에 동행한 형주맨과 째로맨.
10년 전에 같은 직장에서 일했던 동생들인데 여직 만나고 있다.
굳이 무거운 중형필름카메라를 꾸역꾸역 챙겨간 이유는,
첫 3천미터 산인데 필름 사진을 남기고 싶어서 였지만 마지막 짐을 싸는 순간까지 뺐다 넣었다를 반복했던.
그렇게 힘들게 챙겨갔는데 형주맨이 나만 핀을 날려서 촬영해줬다. (고마워)
돌아와서 한소리했지만 뿌옇게 나온게 오히려 점점 맘에드는.
원래 계획은 로프웨이를 타고 중간 지점까지 가는 코스였는데 비바람으로 운행 중단.
사실 오기까지 몇번의 취소 위기가 있었다.
날씨 예보가 좋지 않아서 일본어가 가능한 동생들에게 부탁해서 산장에 전화까지 했었는데 그래도 강행.
막상 입구에서 로프웨이까지 중단 될 정도면 가지말까를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일단 가보는 걸로.
덕분에 걸어야 할 길이가 늘어났다.
초입은 나무가 많아서 바람이 심하진 않았지만 계속 내린 비로 등산로가 물바다였다.
신발을 어떤걸 신을까 고민하다 부피가 커도 발목있는걸 선택했는데 다행이라는 생각.
입구에서 중간까지는 한라산 성판악 코스같은 길이 쭉 이어졌다.
비를 뚫고 따라오는 동생들을 뒤로 하고 걷다보니 첫번째 휴게소 / 산장 같은 곳이 나왔다.
이번에 온 산은 온타케 산으로 일본내에서 활화산으로는 후지산 다음으로 높은 산.
일부러 사람들이 많이 가는 야리가다케나 노리쿠라다케 등 유명하지 않은 곳을 택했다.
일본 산까지 가서 한국어를 듣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 곳은 산장 예약이 좀 더 수월했다.
텐트랑 짐을 지고 가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었다.
비 때문에 시야를 포기한 착장.
수년전에 산 아크테릭스 고어텍스는 그래도 제 성능을 다해주었다.
바지는 이번에 매장에 입고 된 케일의 2way바지를 챙겨왔다.
정작 팔지는 않고 내가 하나씩 빼서 입고 쓰는 중.
역시 밑빠진 독.
길었던 나무구간이 끝나고 이제야 뭔가 정상의 조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온타케 산은 일본 내에서도 종교적인 산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가는길에 유난히 비석과 불상이 많았고 더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늦게 쫒아오는 형주맨을 기다리면서 두번째 산장에서 코코아와 커피를 시켜서 마셨다.
1잔에 4천원 이었지만 모든게 용서되는 온기였다.
산장 아주머니는 우리가 가는 정상의 산장까지는 무리일거 같다며 걱정을 하셨지만,
이미 결제 된 금액도 있고 이 산에 오려고 어렵게 휴무를 하고 왔기에 잠깐의 회의를 마치고 그대로 진행.
2번째 산장을 떠나서 부터는 본격적인 너덜길 시작, 그래도 트여진 시야에 단풍이 시작되고 있어서 눈이 즐거웠다.
바위마다 있는 o를 표시가 길을 안내해주었다.
없어진 나무들로 옆에서 들이치는 비로 점점 체온은 떨어지고 추워지고 있었다.
3번째 산장에 도착.
비에 젖어 추워하는 우리를 보고는 산장 아주머니는 화로를 내어주셨다.
여기는 다른 일본인 등산객 분들이 계셨는데 목적지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봤더니 지도를 주셨다.
그러면서 다들 ‘무리 무리’ 걱정을 하시는.
일행중에 한 분이 목적지 산장에 전화를 걸어주셨고 목적지에서도 그만 멈춰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셨다.
정상부에는 매우 춥고 강한 비바람이 분다고.
다시 내려가던지 강행할지를 고민하던 중에 산장 아주머니는 여기서 자고 내일 정상을 가도 된다고.
헌데 가진 현금이 충분치가 않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차에 다음 4번째 산장은 카드결제가 가능.
다시 동생들과 고민에 빠졌고, 출발할때 주차장에서 만난 등산객 2분도 산장에 합류.
우리 얘기를 듣더니 다음 산장까지 같이 가주시겠다고.
산장에 있는 모든 일본인이 불쌍한 한국인 3명을 위해 노력해주고 있었다.
인류애의 현장.
같이 동행해주신 고마운 분들.
흰 옷을 입으신 분은 수도승 같은 분이셨고,
뒤에 계신 분은 나도 팔로우 하고 있는 도쿄의 ‘패들러스 커피’ 대표님이었다.
이번에 가방은 하이커워크샵의 7L백팩과 작년 아이엠샵 팝업의 타카오 마운틴 북의 힙백을 가지고 갔는데,
패들러스 대표님도 같은 가방을 메고 계셨고 타카오상이 친구분이라고 하셨다.
아이엠샵의 성묵이와도 알고 있었고 타카오상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매우 반가워 하셨다.
일본 산에서 지인의 지인을 만나다니 그것도 패들러스.
온타케는 기운이 좋은 산이 확실하다.
유황냄새가 나던 흡사 화성 같기도 한 연못을 지나, 언덕을 하나 넘어 도착한 오늘의 종착지.
가는길에 비바람이 심해지긴 했지만 산장에 도착하니 점점 잦아드는 분위기였다.
우리를 안내해주신 분들은 다른 산장으로 숙소를 잡으셔서 돌아가야 했고,
한국에서 매장 스티커를 몇개 챙겨갔는데 패들러스 대표님께 스티커를 주면서 다음에 한국오면 오시라고 했더니,
배낭에서 드립백을 꺼내 주셨다.
하찮은 스티커에 드립백의 교환이라니.
고민과 시련의 시간을 거친게 이 분을 만나려고 그랬나보다.
비는 그쳤고, 운해가 깔리고 있었고 산장안의 코타츠는 매우 따뜻했다.
따뜻한 보리차와 저녁으로 주신 토마토카레를 먹다가 일몰이 지고 있다는 얘기에 나가서 찍은 사진.
일몰이 보이는거 보니 다음날은 진짜 맑을것만 같았다.
저녁 8:30 소등도 매우 맘에 드는.
동생들과 누워서 일출을 보자고 다짐하며 1일차 일정 끝.